정부, 올해 한국은행으로부터 100조원 넘게 빌려 썼다
정부, 올해 한국은행으로부터 100조원 넘게 빌려 썼다
정부가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한국은행으로부터 100조8000억 원을 빌렸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코로나19로 인해 정부 지출이 컸던 2020년 1~7월의 90조5000억 원보다도 많습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가 발생하는 등의 원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할 때 이를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입니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즉 정부가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1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해야만 하는 일이 잦았음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해 올해 들어 6월까지 정부의 총수입(296조2000억 원)에서 총지출(351조7000억 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월 말 기준 55조4000억 원 적자였습니다.
마이너스통장에 한도가 있듯,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빌릴 돈에도 한도가 있습니다. 올해는 통합계정 40조 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 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 원 등 최대 50조 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한은 대출 잔액이 50조 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돈을 빌리고 갚아 왔습니다. 7월 말 현재는 100조8000억 원 전부를 상환한 상태입니다. 월별로 보면 지난 3월의 대출 잔액이 31조 원으로 가장 컸습니다.
이처럼 돈을 크게 빌림에 따라 생긴 대출 이자 또한 큽니다. 정부가 올해 들어 6월말까지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141억 원에 달합니다. 1분기 이자가 642억 원이었고 2분기는 499억 원이었습니다. 역시 전산 통계가 존재하는 2010년 이후 최대 기록입니다.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돈을 크게, 자주 빌린다면 정부 재정 안정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세입을 늘려야만 대출 규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 기조는 세입을 줄이고 세출도 줄이면서 재정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이어서 정부 기조 변화 없이는 난망합니다.
정부가 이처럼 돈을 무리하게 빌리면, 결국 그렇게 풀린 돈이 시중에 머무르며 유동성을 키워 물가 인상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를 우려한 듯 한은 금통위는 '정부는 일시적 부족자금을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한은으로부터 차입하기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한다',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일시차입이 기조적인 부족자금 조달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 등의 일시대출 '부대조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양경숙 의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00조 넘게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대규모 세수 펑크에 대한 대책 없이 감세 기조를 이어갈 경우 더 큰 재정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